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 특정 집단을 향한 날선 언어들을 마주하며 불편함을 느낀 경험이 있으신가요?
성별, 지역, 연령, 국적을 이유로 한 혐오 표현들이 마치 일상적인 대화인 양 오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날카로워졌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혐오는 단순히 개인의 감정이나 의견 차이로 치부할 수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혐오, 그 시작점
혐오 표현이 온라인에서 특히 활발하게 확산되는 이유는 디지털 공간만의 독특한 특성에 있습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평소 현실에서 표출하기 어려웠던 부정적 감정들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게 됩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 필요도 없기 때문에 상대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추상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온라인 공간에서는 물리적 거리와 시간의 제약이 없어 순식간에 광범위한 확산이 가능합니다. 한 사람이 작성한 혐오 댓글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수천, 수만 명에게 전달되고, 이것이 다시 변형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됩니다. 특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일수록 더 빠르게 퍼져나가는 온라인의 특성상, 혐오 표현은 건전한 의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알고리즘이 만드는 혐오의 메아리 현상
현대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들이 사용하는 추천 알고리즘은 혐오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행동 패턴을 분석하여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편향된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게시물에 관심을 보인 사용자에게는 계속해서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가 노출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정보의 편향성은 사용자로 하여금 세상이 실제보다 더 대립적이고 갈등적인 곳이라고 인식하게 만듭니다. 마치 메아리가 울려 퍼지듯, 같은 목소리만 계속 듣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확신은 더욱 강해지고, 다른 관점에 대한 이해나 공감 능력은 점차 약화됩니다.
집단 극화와 확증 편향의 악순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집단 내에서는 처음에는 약했던 편견이나 부정적 감정이 점차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하는 집단 극화 현상이 나타납니다. 구성원들은 서로의 의견에 동조하고 지지하면서, 점점 더 강한 표현을 사용하게 되고, 결국 혐오 수준까지 발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확증 편향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왜곡해서 해석하려는 심리적 경향을 보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편향이 더욱 강화되며,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굳어지게 됩니다.
사회적 불안과 스케이프고트 메커니즘
혐오가 확산되는 더 깊은 배경에는 사회적 불안과 좌절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불평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와 분노는 특정한 출구를 찾게 됩니다. 이때 사회적으로 약하거나 소수인 집단이 이러한 부정적 감정의 대상이 되는 스케이프고트 현상이 발생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런 감정적 배출구 역할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복잡한 사회 문제의 원인을 단순화하여 특정 집단의 탓으로 돌리는 논리가 쉽게 받아들여지고, 이것이 혐오 표현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는 타자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정치적 이용의 문제
혐오 확산에는 언론의 보도 방식과 정치적 이용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자극적인 제목이나 편향된 프레이밍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보도들이 혐오 감정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회 갈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거나 특정 집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선거 시기나 사회적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 혐오 표현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더욱 양극화되고, 건전한 토론과 소통의 기회는 줄어들게 됩니다.
해결을 위한 다층적 접근의 필요성
혐오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정부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먼저 플랫폼 기업들은 혐오 표현을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적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합니다. 동시에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높이고, 편향된 정보만 제공하는 현상을 개선해야 합니다.
교육적 차원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혐오 표현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법적 제재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시민 사회의 자정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도 서로를 인격체로 존중하는 소통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혐오 표현을 목격했을 때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
혐오 확산은 단순히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침묵하는 다수, 무관심한 방관자들도 결국 이 문제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혐오 표현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묵인하는 태도는 결국 혐오가 정상화되는 과정에 기여하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모두 콘텐츠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입니다. 클릭 한 번, 공유 한 번이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하게 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혐오가 아닌 이해와 공존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만들어가고 싶은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요.